<tvN 요즘 책방:책 읽어드립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유튜브 강독영상을 보고 남기는 기록입니다. >
해당 컬러로 쓴 글들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책의 내용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가 의대생 시절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강독은 시작한다.
어느 한겨울 오전에 병원을 찾은 한 환자.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여, 병원에서는 입원 치료를 권유한다.
따뜻한 병원의 침대에서 잠이 든 환자는 잠결에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잠에서 깨는데, 이불속에서 이질적인 무언가가 느껴져 이불을 들추자 침대 안에는 차갑고 물컹물컹한 시체의 다리가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를 침대 밖으로 휙 내던지자 다리와 함께 몸까지 딸려 나가고 만다. 환자는 어떤 미친놈이 자신의 몸에 시체의 다리를 붙여놓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소름 끼치고 무시무시한 것을 본 적 있나요? 게다가 그게 내 몸에 붙어 있어요! 이걸 보세요!' 그는 양손으로 있는 힘껏 다리를 움켜쥐고 몸에서 떼어내려고 미친 듯이 때려댔다.
의사들이 달려가보니 환자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계속 때리고 있었다. 환자는 자신의 육감 능력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다리를 자신의 다리가 아니라고 착각한 것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라는 책은 올리버 색스가 신경과 의사로 재직하면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 중에 가장 기괴하고 슬프고, 처절하고, 현실적이며, 때로는 감동적이고 심지어 동화스럽기까지 한 다양한 사례 중 24가지를 뽑아서 엮은 책이다.
- 상실 (feat. 몸의 기능을 상실한 사람들)
어떤 질병이나 부상, 발달 장애 등으로 뇌 기능의 일부나 전부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상실의 주인공은 성악가 출신 P선생의 이야기이다. 그가 병원을 방문할 당시는 음악 교사로 재직할 무렵. 완벽한 자신의 생활에 만족했던 P선생은 어느 날부터 그 일이 시작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학생들의 얼굴이 보이긴 하나, 누가 누구인지 인식이 불가한 것이다. 그 때문에 P선생은 목소리를 듣고 학생을 구분하게 되었다.
가끔은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눈앞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점점 더 상황이 심각해지는 P선생은 길을 가다 주차 정산기와 소화전을 사람으로 착각하는 일도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P선생의 유머와 상황 판단력 등의 도움으로 주변에서는 그의 문제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3년 후 당뇨병에 걸린 P선생은 당뇨병 때문에 눈이 안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안과를 찾아가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자 의사는 신경전문의에게 갈 것을 권유하고 P선생은 올리버 색스를 찾게 된다.
그는 교양이 넘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였다.
P선생의 반응 검사를 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발바닥 검사를 한 뒤, P선생은 자신의 신발을 찾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발을 신발로 착각하더니 이내 검사가 다 끝났다고 여겼는지 자신의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농담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눈이 안 보이는 것일까?
이게 바로 그가 말하는 이상한 실수라면,
그것은 내가 본 중에 가장 이상한 실수일 것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올리버는 아내에게 생활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아내는 항상 같은 자리에 물건을 놔두면 남편이 노래를 부르며 물건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언가에 방해를 받아 노래가 끊기면 그때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제가 처방을 내린다면, 이제까지 음악이 선생님 생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음악 속에 파묻혀서 생활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질병의 점진적인 악화에도 불구하고 p선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가르치며 살았다.
뇌는 하나의 기계이자 컴퓨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 과정은 단순히 추상적 혹은 기계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적인 것을 배제한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 과잉 (feat. 과다현상)
과잉이 도가 지나칠때 나타나는 문제점
소녀가 되어버린 할머니
과잉의 주인공은 90세의 쾌활한 할머니 나타샤 K. 2년 전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오게 된 나타샤. 19세의 소녀가 된 것처럼 활력을 찾게 되었다. 소녀의 감성뿐 아니라 젊은 남자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 행복함을 친구들에게 전하자 친구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반응으로 문제인 것을 깨달은 나타샤. 원래 소극적인 성격이던 자신이 이렇게 제멋대로 굴게 된 것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올리버 색스를 찾게 된다.
항상 환자들을 먼저 생각했던 올리버. 나타샤에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해 물었고, 나타샤는 젊었을 때 매독에 걸린 적이 있다고 말한다. 매독이 재발해 자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하는 나타샤. 진단을 해보니 완치가 되지 않고 긴 잠복기를 거쳐 매독균이 척수를 타고 올라가 신경 매독으로 발병한 것이다. 치료를 하려고 하니 이렇게 말하는 할머니.
아무래도 나는 큐피드병에 걸린 것 같아요. 더 심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치료받는 것도 손가락질받는 것만큼이나 싫어요. 더도 덜고 말고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되도록 해주실 수는 없나요?
고심 끝에 올리버는 페니실린을 투여하기로 한다. 이유는 매독균은 죽지만 뇌의 변화 상태는 되돌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K부인은 두 가지 희망을 모두 이루었다. 자제심도 잃지 않고 대뇌피질이 더는 손상될 염려도 없이 말이다.
조증 환자 미겔에 대한 이야기 - 신경계 질환 (신경 매독)으로 인해 조증에 걸린 환자가 병을 앓는 동안에는 한없이 창의적인 시선을 가졌지만 병을 치료하고 나니 그 창의력이 사라지고 만 이야기이다. 이 환자를 통해 신경계 질환에 대해 다른 시각을 느낀 올리버 색스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이것이야말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 이행 (feat. 과거로부터의 기억)
기억의 자락을 따라가는 이야기들
살인자의 기억법
약에 취해 여자친구를 살해한 도널드. 살해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면술과 최면 주사를 사용했음에도 살인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도널드. 심지어 전문가들은 이 사람이 살인할 의도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도널드는 감옥에 가지 않고 정신병원에 4년간 수감된다. 성실한 생활 후 외출 허가를 받게 된 도널드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량 사고가 나게 되고 이때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만다. 그 후 약 2주일 동안 혼수상태를 헤매다 깨어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여자 친구를 살해하던 순간이 떠오르게 된 도널드.
그는 신경학적으로 보아 심각한 상태였다. 좌반신 무기력에 지각장애, 발작, 심한 이마엽 결손 증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게다가 전혀 새로운 문제까지 더해졌다. 살인, 시체. 잃어버렸던 기억이 선명하고도 마치 환영을 보듯이 하나하나 되살아난 것이다. 이것은 악몽일까, 광기일까. 기억력이 정말로 놀랍게 높아졌다.
결국 도널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데 그것은 실패로 이어지고.
도널드는 젊음, 운, 시간, 자연적인 회복력으로 손상되기 이전에 지니고 있던 뛰어난 기능들 덕분에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노동과 사랑이야말로 궁극적인 치료법인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원 손질의 취미가 도널드의 목숨을 살렸던 것이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도 필요하다. 도널드에게도 정원을 손질하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은 도널드의 병을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도널드는 관자엽 발작 즉, 정신운동 발작이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애인을 죽이고 말았다. 사고로 전혀 없었던 기억이 또렷하게 돌아오면서 악몽에 시달렸다. 그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몇 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자연적인 회복력과 효과적인 정신요법을 세심하게 실시한 결과 생리학적인, 균형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 단순함 (feat. 지적장애인의 세계)
시적 표현의 천재?!
19세 소녀 리베카의 이야기. 겉모습은 어엿한 숙녀지만 지능이 낮은 지라 오른쪽과 왼쪽도 구별하지 못했고 집 근처에서도 길을 잃었다. 옷을 거꾸로 입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였고 약간의 구순구개열로 인해 말할 때마다 휴휴 하는 소리가 났다. 리베카는 3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었다. 리베카의 유일한 희망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어린 리베카에게 시를 자주 읽어주었다.
이야기야말로 그녀에게 필요한 영양분이었고, 현실을 알려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4월의 어느 따스한 봄날 올리버 색스와 만난 리베카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올리버 색스는 성경에 나오는 전도서의 내용을 시적으로 표현한 리베카의 말을 듣고 그녀에게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올리버는 그녀를 치료하면서 리베카에게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해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리베카는 혼자 남게 되었다.
"할머니는 왜 돌아가셨을까요?"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우는 건 할머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에요. 할머니는 이제 잘되셨어요. 영원의 집을 향해 여행을 떠나셨으니까요. 너무나 추워. 밖이 추워서가 아니에요. 집안이 겨울인걸요. 죽음처럼 차가워요. 할머니는 나의 일부였어요. 이제 나의 일부도 할머니와 함께 죽고 만 거예요. 지금은 겨울이라 내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분명히 봄이 다시 돌아올 거예요."
자신의 슬픔을 시로 표현했던 리베카. 그녀는 연기라는 치료를 통해 나아졌다.
우리는 환자의 결함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능력을 거의 간과했다. 이 점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사람이 리베카였다.
몸의 질병이 극복되었다고 하는 이 시대에 점점 마음의 질병이 깊어져 가는 현대인들. 모두가 하나의 우리로 남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한다면 우리가 가진 마음의 병을 잘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는 설쌤의 멘트로 강독 영상은 마무리되었다.
환자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그들의 깊숙한 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어떤 틀에 끼워 맞춘다든지 시험하려는 시도를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선입견을 버리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게 여겨질지라도 이를 '병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부를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모든 환자들을 진심을 다해 대했다는 것이 가슴 깊숙한 곳까지 절절하게 느껴지는 강독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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