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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필사하기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by 미아앤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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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

 

 

“퇴폐 미학의 바이블, 우아한 탐미주의의 교본, 낭만주의의 자기애적 컬트의 결정판, 환상소설이면서 호러 소설의 전범”



“욕망에 지배당한 모든 존재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전하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책과 정여울 작가의 EBS 기획특강 지식의 기쁨 -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망하다. 강연편을 참고하여 정리해본다.


나는 비밀을 점점 좋아하게 됐어. 그게 우리 삶을 신비롭고 놀랄 만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듯 해. 아무리 흔한 것도 감춰버리면 굉장히 멋있어진단 말이야.

 

페르소나와 무의식
페르소나 :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으며 만들어지는 인격

 

우리의 삶이 유지되기 위해서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 페르소나(가면)이다. 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나 - 부모님에게는 딸, 동생에게는 언니,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회사에서의 나

일종의 인생 자체가 역할극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역할극으로서 다양한 장면에서 내가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페르소나이다. 그러나 여러개의 페르소나가 충돌을 일으킬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페르소나 간의 갈등으로 인해 나의 내면에는 그림자가 생기게 된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무리없이 소화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이나, 많은 현대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페르소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내 마음이 스스로 상처 입는 것 이것이 그림자이다.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인 페르소나 vs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내면의 그림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작품이다. (젊음을 유지하는 자신 = 페르소나, 늙어가는 초상화 = 그림자) 


초상화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에 반한 도리언 그레이는 이 모습이 영원할 수만 있다면, 초상화가 늙어가고 나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소원을 빌게 된다. 


도리언 그레이는 그저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긴 했지만 그때문에 상처를 받지도 않았다. 물려받은 유산도 많을뿐더러 한 번도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으며 삶에 그늘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도리언은 내면의 그림자가 없었다. 또한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도리언 그레이를 바질 홀워드라는 화가가 발견하게 된다. 화가는 도리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그를 숭배하며 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그의 초상화를 그린다. 바질은 도리언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초상화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 그렸는데 그 마음에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같은 감정들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헨리 경이 등장한다. 정여울 작가는 댄디즘과 데카당으로 헨리 경을 표현했다. 


  • 댄디즘 - 세련된 복장과 몸가짐을 통해 외적인 우월감을 과시하는 태도 
  • 데카당 - 퇴폐와 타락을 뜻하는 프랑스어



헨리 경은 여기에 더해 냉소적인 탐미주의자이다. 헨리는 바질이 그린 초상화와 도리언의 실물을 보고 그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헨리는 도리언에게 아름다움이 곧 권력임을 일깨워준다. 

 

“새로운 쾌락주의.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기가 원하는 것이에요. 당신은 쾌락주의가 내세우는 상징이 될지도 모르죠. 당신 정도의 매력을 가진 인물이 못할 일은 없어요. 세상은 한동안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  -중략- 당신의 젊음이 유지되는 시간은 아주 짧아요. 정말 짧답니다. -중략- 세상에는 젊음처럼 소중한 게 없어요." 도리언 그레이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놀란 표정으로 헨리 경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미와 쾌락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헨리

 

도리언은 계시라도 받은 듯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깨달았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다. 바질 홀워드가 늘 하는 칭찬도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홀워드가 칭찬을 해댈 때면 그냥 웃어넘기고 잊어버리곤 했던 것이다. 그런 칭찬이 그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헨리 워튼 경이 나타나 그의 젊음에 대해 독특한 칭찬을 해대며 그것이 얼마나 짧은 순간인가에 대한 경고도 함께 해주었다. 헨리 경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마음이 온통 뒤흔들렸는데, 이제 초상화에 담긴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헨리 경에 한 말들이 충분히 현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도리언은 헨리로 인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인식하게 된다. 헨리는 도리언에게 아름다움은 젊음을 조건으로 하기에 유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입하며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 그토록 다양하고 많은 가치들을 외면하고 외적인 아름다움과 쾌락만을 강조한다. 

 

얼마나 슬픈일인가! 나는 점점 늙어서 끔찍하고 흉측해지는데 이 그림은 늘 이렇게 젊은 모습 그대로 일 테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6월, 바로 오늘 모습 그대로겠지. 반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바칠 수 있는데!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

 

현실과 환상이 바뀌기를 소망한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만을 사랑하게 되며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철저한 에고이즘(이기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도리언의 소망은 이루어지고 초상화의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게 된다. 반면 초상화는 그가 퇴폐하고 타락의 길로 향할때마다 흉측하게 변하게 된다. 


나르키소스의 역설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길인것에 있다. 자신을 끊임없이 쾌락의 도가니로 밀어 넣으면서 진정한 삶의 기쁨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는 본래의 순수함을 잃고 급속도로 타락하게 된다. 


현대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표현할때 수반되는 피로감과 강박감 또한 존재한다. 개인의 이미지와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초상화(셀프 이미지)가 있다. 현대인들은 우리의 셀프 이미지를 관리하며 너무 그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여울 작가는 이런 부분이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도리언 그레이에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이런 SNS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만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는 거죠.” - 정여울

 

나도 도리언 그레이처럼 나의 이미지를 너무나 현란하게 가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SNS, 1인 미디어에 나를 지나치게 집어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에게 전시되는 이미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일종의 액자 같은 것인데 이 액자 속에 우리의 진정한 셀프의 모습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에고의 화려한 이미지들을 전시하려고 한다면 진정한 나 자신인 셀프의 성장은 멈추게 될 것이다. 

 

  • 셀프(self)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본질적인 내면의 자기
  • 에고(ego)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같은 내면의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그림자와 싸워서 어떻게 이기냐를 내가 결정해야 되는 것이다. 그림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의 컴플렉스, 트라우마와 어떻게 공존하고 살아갈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그림자를 끊임없이 보살피는 사람들은 에고에서 셀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국내도서
저자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베스트트랜스역
출판 : 더클래식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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