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의 걸리버 여행기 유튜브 강독 영상을 보고 남기는 기록입니다. >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에 출간되었으며, 영국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동화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이 이렇게나 오래된 책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내 기억속의 걸리버 여행기는 걸리버가 소인국에 간 내용 밖에 없었는데 그 뒤에 3부나 더 많은 내용이 있었다니! 총 4부작이었다니!! 적잖은 충격을 받고 강독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걸리버 여행기의 1부는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바로 그 내용이다. 걸리버가 항해 중 폭풍을 만나 어딘가의 섬에 도착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작은 인간들이 사는 소인국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여기까지의 내용과 걸리버가 꽁꽁 묶여있던 삽화만 기억이 나고 그 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엄청나게 신랄한 풍자 소설이었다. 소인국에서 걸리버는 무능한 정치인과 무의미한 전쟁 등을 겪는데 이 과정에서 묘사하는 일련의 행태들이(관직을 위해 줄을 잘 선다는 의미로 하는 외줄타기, 계란을 깨는 방법의 문제로 이웃나라와 전쟁까지 하는) 2020년인 지금의 현실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더라.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궁에서 난 화재를 진압해주었는데도 사형을 내린 아이러니한 마무리까지. 역사속에서 많이 보이던 이야기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2부에서 걸리버는 거인국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걸리버는 거인들의 인형이 된다. 걸리버는 왕비의 총애를 받으며 지내는데 왕에게 자신의 나라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다가 충격을 받게된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라는 것이 음모, 반란, 살인, 학살, 혁명, 추방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거인국의 왕이 말하기를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라고 하는데 정말로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3부에서 나는 특히나 크게 놀랐는데 걸리버가 하늘을 나는 섬, 바로 라퓨타를 발견하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내가 아는 그 천공의 성 라퓨타가 이 고전소설 속에 나오는 거였어?! 덕분에 3부의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라퓨타에 사는 귀족에 대한 묘사도 참 재밌었는데 음악이나 수학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하루의 대부분을 깊은 사색을 하는데에 보내다 보니 옆에 따라다니는 하인이 정신 차리라고 깨워준다는 대목도 기가 막혔다. 백성들은 죽어가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심한 연구에 매진하는 귀족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들지뭐야..
참, 그리고 이것도 이번에 알게된건데 서프라이즈에서 조너선 스위프트에 대해 방영했던 적이 있는데, 그가 시간여행자 혹은 외계인을 만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3부에서 서술한 화성의 위성에 대한 내용은 당시에 전혀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고 라퓨타와 라퓨타의 귀족들에 대한 묘사가 우주선 그리고 외계인을 뜻한다는 것이었다. 뭐.. 증거는 없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었다.
아무튼 라퓨타를 떠난 걸리버는 중간에 영생의 섬에 가게 된다. 80세가 되면 국법상으로는 죽은 사람이 되며 기억조차 불안정하지만 육체는 살아있는 영생. 그런 영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널 영상에서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이 설명해주신 영생에 대한 풀이가 인상깊어서 남겨놓기.
불사 - 관계로부터 나오는 욕구 (나를 둘러싼 관계를 지키기 위해 죽지 않고자 하는 마음)
불로 - 인정으로부터 나오는 욕구 (늙지 않으려는 마음은 누군가로부터 나의 젊음을 인정 받고자 하는 마음)
따라서 소중한 관계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 불사와 불로는 더이상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4부는 가장 끔찍했는데 그곳에서는 인간을 아예 짐승으로 취급하며 추악한 존재(야후)로 표현한다. 고상하고 우아하며 현명한 존재인 말(후이늠)이 다스리는 이성을 중시하고 절제, 근면, 운동, 청결을 가르치며 의심과 불신이 없는 마치 유토피아 같은 세계. 걸리버는 후이늠에게 인간들의 거짓말, 악함, 처참한 전쟁과 살육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추악한 짐승과 다를바가 없는 인간. 이성을 갖추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후이늠에게 푹 빠져서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게된 걸리버. 걸리버는 후이늠이 되려고 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돌아온 걸리버는 인간을 야후로 생각하게 되서 아내와 가족까지 혐오하게 되고 그렇게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소설의 끝도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 소설이며 곳곳에 배치된 블랙유머까지. 인간혐오와 염세주의가 녹아든 이 책을 하마터면 영원히 동화책으로만 알고있을 뻔 했다. 묵직한 울림과 함께 스스로를 비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책으로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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