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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기록하기/임차인, 역경의 기록

1. 모르는게 죄다. 순진함은 더 큰 죄다. (부제: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안줘요.)

by 미아앤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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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르는 게 죄다. 순진함은 더 큰 죄다. 

-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고, 특히 집주인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2019년 4월, 다시 이사 시즌이 되었다. 서울살이 약 14년차, 월세살이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처음으로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쓰리룸에서 살아야 했는데, 월세로 나가는 돈이나 전세자금대출로 나가는 이자나 금액이 큰 차이가 없길래 대출을 받아서 전세를 구해보기로 했다. 수중에 있는 보증금 + 전세자금대출로 감당할 수 있을 이자만큼의 대출금 + 쓰리룸 빌라(신축급)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서구 화곡동'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때는 화곡동에 빌라 사기가 많은 줄도 몰랐고, 그런 대형 사기꾼들이 언론에 떠오르기도 전이었으니. (우리는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신축 빌라가 많은지라 매물도 그만큼 많았고 한 열댓군데 집을 돌아보다가 첫 입주하는 한 빌라에 계약하기로 했다. 

 

부동산 여자 실장은 한결같이 밝고 명랑하게 일을 처리해주었고, 깨끗한 집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계약한 집은 집주인이 계약 후 약 2-3주? 정도 후에 다른 집주인으로 변경되었고 새로운 집주인은 계약서를 다시 쓰면서 한 5분 정도 만난 게 전부였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지불하고,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자금대출이 실행되고, 아주 수월하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집주인과는 전혀 연락할 일이 없었다. 

 

2021년 1월, 계약 종료 3개월 전 집주인에게 계약종료의사를 밝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년간 여기저기 들은 것들도 있고 첫 전세살이의 전세금 반환을 위해 검색도 해보고 하니, 전세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입자가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강서구 화곡동은 빌라가 많다 보니 더욱 넘쳐났고, 전세사기도 많다는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 카페 게시글 등을 보니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약 이틀간 문자의 내용에 대해 고민하다가 메세지를 보냈고, 의외로 답장은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는 순간부터 일이 복잡해진 임차인들의 후기들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나 - 안녕하세요. 강서구 화곡동 000 세입자 000 입니다. 이번 2021년 4월 12일 전세 만기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나가게 되어서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계약 종료일에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집주인 - 네

나 -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

이후 답장 없음

 

나중에 보증금을 못받게 될 상황을 대비해서, 내용증명을 보내라는 사람들의 후기가 많았지만, 에이 그래도 설마 안 주겠어? 답장도 저렇게 별말 없이 왔는데? 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문자로 답장을 받더라도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추후 보험 청구를 하던, 보증금 반환 소송을 하던 뭐가 됐든 상관없이 내용증명은 미리 보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법무사/변호사 홍보 블로그 포스팅이나 기사들 보면, 법률사무소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면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싶은 집주인이 바로 반환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던데, 내용증명은 추후 법적 절차를 위해 필요하니까 미리 준비하는 거지,고작 내용증명 하나 보냈다고 무서워서 덜덜 하면서 보증금을 바로 줄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내용증명까지 갈 일도 없다고 본다 이것들아...)

 

혹시 집주인 기분이 상할까봐?
집주인 심기를 거스를까 봐?
이딴 생각 다 필요 없다. 

전세 계약 종료일이 다가온다? 
꼭 미리 3개월 전부터 나가겠다고 고지해라. 


전화로 통화했으면 문자로 꼭 다시 보내놓도록.
문자는 반드시 답장까지 와야 한다. 

문자 답장이 안올거같으면 카톡으로 보내 놓자.
카톡은 답장이 안오더라도 1이 없어지면 된다.

 

아무튼 나는 고지를 했고,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에 새로 이사 갈 집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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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3월이 되었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또 슬슬 불안해졌다. 

 

집주인이 다음 임차인을 구해야 보증금을 줄 수 있지 않나..? 안구해도 막 그냥 보증금 돌려줄 수 있을 만큼 돈이 많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3월 중순쯤 다시 연락을 했다. 

 

나 - 안녕하세요. 이사 날짜가 한달이 안 남았네요~ 새로 집 보러 오시는 분은 안 계시는지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집주인 - 네 안녕하세요 (이때까지는 답장이 그래도 옴) 코로나로 이사가시는분이 적은 듯합니다ㅜ 부동산에 다시 내놓겠습니다.

나 - 아 네ㅠ 저희도 사정이(어쩌구저쩌구 불쌍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사날짜(4/12)에 맞춰 전세금이 필요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후 답장 없음

 

저때 바로 내용증명을 보냈어야 했다. 그럼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안일하고 순진한 생각으로 그래도 보증금은 주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또 시간은 흘러 계약 종료일 5일 전,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이사 날짜를 다시 언급하고 이사 시간과 그날 전세보증금은 계좌이체로 해주는 거냐고 물었고, 이때부터 집주인의 태도가 바뀌더라. 

 

이사 5일 남겨놓고 이제와서 다음 임차인이 구해져야 받아서 줄 수 있다고 하는 집주인. 3개월 동안 내내 아무 말도 없다가 5일 전에 이렇게 통보하다니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머리가 멍해지더라.

 

멘탈 보호를 위한 풍광




당장 이사는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다급하게 이 집에 들어올 때 계약했던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을 내놓아달라고 했다. 그토록 친절했던 부동산 실장은 연락도 잘 받지 않았고, 여전히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때 또 느꼈다. 부동산 것들은 전부 임대인 편이다.. 한통속이다.. 똑같은 것들이다.. 후... 

 

당연히 5일만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리가 만무했고, 보증금 일부만 먼저 달라고도 해봤지만 집주인은 묵묵부답. 이사일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부 짐을 남겨놓고, 일단 이사를 했다. (전입은 안 했음)

 

우리는 불행 중 다행(?)으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보증금을 못 받을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알아봐 둔 보험 청구를 위한 수순을 바로 밟기로 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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